도로명주소로 미래를 준비하자
【경인데일리】지난 2015년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했다. 외곽에서 로마시내로 가는 길목에 도로마다 잡초가 드문드문 있었고 일부 건물에는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얼룩져 있어 보기 좋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이상기온에 날씨까지 무더웠고 호텔 에어컨 바람도 약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성향이 낙천적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 사람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무더위도 잘 참는 편이고, 낡은 건물도 새로 지을 수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불편해도 참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도로명주소는 20년 전에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도로명주소 제도를 도입하여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소방, 방범, 재난, 물류, 응급서비스에 이용할 최적의 위치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생활 편리성을 높이고자 실시하게 되었다.
도로명주소 전환에 따른 불편함, 혼동 등을 감수하면서 전면 시행한지 3년이 넘었고, 인지도가 97.5%, 활용도가 73.6%라고 한다면 생활주소로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활용도를 더욱 높이고자 시민들에게 주소사용의 필요성을 구체화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첫째, 도로명주소 체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찾아가는 홍보가 필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래 세대의 성장 동력이고, 어르신들은 우리사회의 버팀목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으로부터 필요성이 자꾸 제기되어야 한다.
둘째, 도로명주소의 변경절차를 완화해야 한다. 현재의 일부 도로명이 지역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경우 사용자의 80%동의와 주소위원회의 심의절차로 인해 변경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규정되어 있어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로명사용자의 2/3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다른 절차 없이 변경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2개 이상 걸친 광역도로명도 지역성과 역사성을 반영하여 시·군 실정에 맞게 변경이 용이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상세주소가 적극 시행되어야 한다. 다가구, 원룸, 상가주택 등은 건물 내 여러 가구가 살고 있으나 개별적으로 동·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우편물 수령 등 불편을 야기한다. 따라서 건물소유자 및 임차인의 신청을 유도하여 동·층·호 상세주소를 부여받아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도로명주소는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주소체계이다. 정착된다면 위치 찾기가 편리해져 화재나 범죄 등 긴급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택배 등 물류비용 절감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도로명주소가 동(洞)체계에서 벗어나 다소 미흡하고 시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냉혹한 세계와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위해 불편해도 참는 지혜가 필요하다.